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2015년 신년기획 두 번째 이슈페이퍼 ‘대학생 아르바이트 실태 및 고위험 아르바이트 인식조사 보고서’를 냈다.

1. 고위험 알바 현장으로 내몰린 대학생들의 현실
생활비 벌기 위해 신체적·정신적 위험 감수할 수 있어
- ‘공사장(54.9%), 생동성 실험(13.0%) 등 고위험 알바 경험 대학생16.3%’
- ‘대출이 있거나(25.9%), 스스로 등록금 마련(27.8%)할수록 고위험 알바 경험률 높아져’

서울 신림동에서 3년 째 자취중인 김모(24, 남)씨는 얼마 전 약물 생체시험(일명 마루타 알바)에 참가하여 받은 40만원으로 월세를 냈다. 학기 중에 틈틈이 과외를 하면서 월 30만원 정도 벌지만, 밥값, 교통비 등을 감당하고 나면 10만원도채 남지 않는다.

당장에 필요한 생활비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아르바이트 현장에 눈을 돌리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김씨와 같은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참여 실태와 고위험 아르바이트에 대한 전반적 인식을 분석하여 청년 노동현장의 현주소를 알아보고자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전국 남녀 대학생 1,1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본 조사에서는 대학생 집단 면접을 통해 신체적·정신적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아르바이트를 공사장/공장/조선소, 상·하차 물류창고, 유흥주점/애인대행, 생동성 실험, 다단계판매, 보이스 피싱과 같이 6개 직종으로 사전 분류하여 고위험 알바로 임의 선정하였다.

“당장 학교 다니면서 쓸 돈이 없었어요. 이번 학기 등록도 겨우 했거든요. (공장 알바경험자 L군, 25세)

고위험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대학생들은 당장의 생활비가 급하게 필요(35.8%)하거나, 짧은 시간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18.1%)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반적인 아르바이트 평균 일당이 ‘6만 735원’인 반면, 고위험 아르바이트는 일 평균 12만원 정도로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주급의 경우 평균 임금 대비 약 5배 정도(5~60만원) 높았다. 대학생들에게는 부족한 생활비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조사에 의하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클수록 고위험 아르바이트 참여 가능성 역시 높았다. 실제 본인 명의 대출이 없는 학생(13.0%) 보다 대출이 있는 학생(25.9%)이, 그리고 등록금을 자기가 부담하는 학생(27.8%)일수록 고위험 아르바이트 참여 경험 비율이 높았던 것. 실제 등록금을 스스로 부담하는 대학생일수록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고위험 아르바이트를 덜 위험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5.89점)

2. 최저시급도 모르고, 최저시급도 못 받고…
알바생 2명 중 1명(49.4%) “최저시급 몰라요”
- ‘최저시급도 못 받는 대학생(13.3%), 알바 중 부당대우까지 당한다(68.3%)’
- ‘부당대우 1순위, “식사시간/식비 보장받지 못했다(46.5%)”’

2015년 기준 최저시급은 5,580원. 지난해 대비 무려 7.2%나 인상됐지만, 실제 대학생 절반 이상(49.4%)은 최저시급(2014년 시급 기준)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대적 홍보 또한 절실해 보인다. 심지어 아직 최저시급도 못 받는 대학생(13.3%)도 있다. 최근 발표된 주요국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비중(최저임금위원회,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대한민국 전체 연령 평균이 11.4%임을 고려해볼 때, 상대적으로 열악한 대학생(13.3%)들의 임금 수준을 엿볼 수 있다.

“학교 앞 치킨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요, 계약서 같은 게 있는 줄도 몰랐죠. 한번은 뜨거운 열판에 손목이 데어 화상을 입었는데, 그 뒤로 조심성이 없다며 나오지 말라더군요.” (치킨집 알바생 K군, 22세)

임금뿐만 아니라 근로 환경에 대한 문제도 조사결과를 통해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학생 알바생 10명 중 7명(68.3%)은 아르바이트 근무 과정에서조차 1회 이상 ‘부당 대우’를 경험하고 있었던 것. 식사시간/식비를 보장받지 못하거나(46.5%), 계약 근무시간을 고용주 임의대로 조절하거나(39.9%),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예정보다 낮은 급여를 지급하는(25.1%) 등 근로기준법에 명백히 어긋난 사례가 많았다.

3. 힘들어도 피할 수 없는 대학 생존방책, 아르바이트
대학생활 자금 마련의 필수 코스, 아르바이트
- ‘대학생 10명 중 7명(66.3%), 일주일 평균 6.9시간 아르바이트 中’
- ‘방학을 제외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비율 76.6%’

현재 대한민국 대학생 66.3%는 아르바이트 중이다. 일주일 평균 6.9시간 근무하며, 고객과 직접 대면하거나 소통해야 하는 외식/음료(35.6%) 분야에서 가장 많은 알바를 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42.5%가 본인이 경험한 아르바이트의 노동강도가 높은 편으로 인식할 만큼, 돈을 벌기 위해 사회에 나온 대학생들의 하루는 직장인 못지 않게 고단할 뿐이다. 특히 아르바이트가 힘들다고 응답한 대학생 대부분은 힘들 때 참고 견디는(64.1%) 소극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공부하느라 돈 버느라 지칠 대로 지친 대학생들,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안타깝게도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멈출 수 없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로 생활비 마련(50.4%)이 1순위로 꼽힌 만큼, 아르바이트는 대학생활에 필요한 최소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생존방책인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은 수입은 식료품비(25.3%) > 의류/신발비(17.9%) > 교양/오락비(17.5%) 등의 순으로 생활에 꼭 필요한 지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 대학생 아르바이트 실태 인포그래픽
▲ 대학생 아르바이트 실태 인포그래픽

이번 조사를 담당한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송혜윤 책임연구원은 “대학생10명 중 7명(66.3%)이 알바를 하는 만큼 아르바이트는 이미 익숙한 경험이자,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필요한 생존방책이 되었기에, 일자리의 양과 질의 관리가 절실한 때이다.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시급 등 아르바이트 과정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홍보는 물론 위반 업주에 대한 엄격한 제재가 필요할 것”이라며 “특히 본인 명의 대출금이 있거나, 등록금을 스스로 부담하는 학생들의 경우 고위험 아르바이트 참여 경험이 더욱 많았다는 점에서, 고위험 알바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취약 계층의 현실적 문제해결을 위해 국가근로장학생 소득분위 제한을 축소하거나 지자체/기업과 연계한 지역사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의 제도적 보호책이 필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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